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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식 마법의 비만치료제를 찾아서
2009-03-25 08:26:57
건강지킴이

마법의 비만치료제를 찾아서

[집중해부 : 비만의 원인과 치료] PART 3: MEDICINE

비만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만치료제로 인정받은 약품은 겨우 두 종류뿐이다. 그나마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만치료제를 만들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몸이 기아(飢餓)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지만 비만에 대한 대비는 거의 없는 상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는 최근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던 가장 큰 문제였다.

최근 호르몬 요법이 미래의 비만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꾸만 먹어대라는 두뇌의 지시를 그나마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마법의 비만치료제는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

프랑스계 제약회사 사노피 아벤티스의 비만치료제 리모나반트 (rimonabant)는 한때 ‘마법의 약’으로 불리며 미래가 약속된 것처럼 보였다. 지난 2006년 아콤플리아라는 이름으로 유럽에 상륙했을 때 사람들은 이 약품이 비만치료는 물론 금연과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사노피 아벤티스의 중역들은 이 약 품의 매출이 한 달에 10억 달러에 이르는 화이자의 콜레스테롤 치료제 리피토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에서는 지물티라는 이름으로 시판될 예정이었지만 안그래도 심각한 비만환자들의 불안, 우울증, 자살충동을 높인다는 이유로 판매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가을 3만6,000명의 비만환자를 대상 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5명이 자살을 기도하자 사노피 아벤티스는 이 약품의 시판을 중단했다. 그리고는 최종 실험단계에 들어간 머크와 화이자의 유사품에 대해서도 안정성 의문을 제기했다.

제약회사에 투자하는 미라보증권의 산업분석가 닉 터너는 “이런 종류의 약품은 완전히 끝장났다”고 말할 정도다. 의사들은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몇 안되는 치료방법만 가지고 과체중에 시달리는 미국 인구의 3분의 2를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비만상태에 있는 미국 인구 3분의 1의 처지는 더욱 어렵게 됐다. 비만이란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데, 당뇨병·심장병·뇌졸중·암 같이 치사율이 높은 질병에 걸리게 하기 쉽다. 식사조절이나 고도의 비만환자를 위한 위 절제시술 같은 것을 제외하면 장기적인 비만치료제는 식욕억제제와 지방차단제 2가지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약품을 복용하지 않으면 몸무게는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중추신경 흥분제 암페타민과 유사한 식욕억제제 시부트라민은 중독성이 없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더욱 높일 위험성이 있다.

지방차단제 올리스타트 역시 의사들이 ‘긴급 배변’이라고 부르는 상태, 즉 설사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2가지 비만치료제 모두 그리 많은 살을 빼주지도 못한다. 이 때문인지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대사의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스티브 블룸은 “어딜 봐도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속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살을 빼기 는 힘든 일이다. 또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만치료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건강을 개선하고 몸의 선을 바꿀 만큼 살을 빼 줄 여러 가지 약품들이 시험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 약품들은 다양한 방식을 이용해 식욕을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한 가지 약품이 아닌 여러 종류의 약품을 혼합해서 먹는 것이 체중감량 및 유지에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 라호야에 있는 스크립스 클리닉센터의 영양대사연구 책임자인 후지오카 켄은 “미래에는 다양한 약품을 사용해 다양한 식욕경로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심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런 약품의 연구는 아직까지 피험자가 수백 명 정도인 소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이면에 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한 부작용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따라서 어떤것이 제일 좋은지 현재로서는 판별할 수 없다.

본능과 의지의 싸움

인간의 몸은 기아(飢餓)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량을 축적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아는 극히 최근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던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뇌는 경보를 울려 덜 먹으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무시한다.

하지만 칼로리 높은 식품이 넘쳐나는 현대의 산업사회에서 열량을 축적하려는 이런 생물학적 기제는 쓸모없는 이중 안전장치일 뿐이다. 현 대의 환경과 인간의 몸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과체중인 사람이 너무나 흔해졌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 4억 명인 비만인구가 2015년이 되면 7억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본능과 의지가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가. 뉴저지 주 이스트 오렌지의 버지니아 메디컬센터의 비만연구자 겸 신경학자 배리 레빈은 이렇게 말한다.

“몸이 비만해져도 뇌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비만도와는 상관없이 에너지를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뇌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니까요. 인간의 뇌는 현대 산업사회처럼 비만이 문제되는 상황은 생각지도 못합니다.”
 



우리 사회는 비만인 사람들을 패배자 취급하지만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비만인 사람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성공자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천적인 생존체계를 무시할 수 있을까. 실패한 비만치료제 리모나반트는 욕구가 충족되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신호를 차단해 그런 효과를 얻으려고 했다.

이 신호는 식욕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보상체계다.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이 신호는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호르몬을 통해 전달되는데, 마치 마리화나와도 같이 사람들을 오전 3시에 멕시코 요리 패스트푸드점인 타코벨로 인도한다.

이 같은 메커니즘을 역이용하면 식욕을 조절하고, 식사량을 줄일 수 있는 약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리모나반트 같은 약품은 엔도카나비노이드의 긍정적인 효과 까지 빼앗아가 버린다. 식욕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분위기 또한 위험할 정도로 침울하게 몰아가는 것. 리버풀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식습관 전문가인 제이슨 핼포드는 “보상체계는 식욕뿐 아니라 기쁨, 섹스, 행복과도 연관돼 있다”며 “다이어트 약은 이중 식욕만을 억제해야지 다른 것까지 억제했다가는 큰 일이 난다”고 말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수용기는 몸 전체에 수백만 개가 퍼져 있다. 이 수용기는 척수에도 있고, 지방세포에도 있으며, 뇌와 기타 장기에도 있다. 그런 만큼 이것을 억제하다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도 핼포드가 보기에는 당연한 일일 뿐이다.

임페리얼 칼리지의 대사의학과 학과장인 스티브 블룸은 이 수용기 들을 억제하는 행위에 대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널리 퍼진 수용기가 작동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작용 줄인 테소펜진

덴마크의 연구자들은 최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신경호르몬(신경전달물질)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런 실험적 요법을 적용해본 결과 자연스러운 체중감량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 먹는 시간, 먹는 양 등은 복잡한 세포 연 결망의 통제를 받는다. 이 같은 피드백 시스템의 중추는 시상하부, 즉 뇌의 식욕조절센터에 있다. 이 식욕조절센터는 뇌의 다른 영역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몸에서 오는 신호, 예를 들면 위·췌장·간 등에서 나오는 호르몬과 조율해 식욕의 억제 또는 촉진을 조절한다.

신경호르몬은 이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덴마크의 생명 공학업체 뉴로서치가 개발한 테소펜진(tesofensine)이라는 약품은 3가지 신경호르몬의 수치를 높인다. 세로토닌이 식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식욕억제제 시부 트라민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약품의 체중감량 효과는 4% 뿐이다. 이 결과를 보면 인간의 생존반응을 자극 하지 않고 체중을 줄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사신경회로 연구의 권위자인 레빈은 이렇게 되묻는다. “축적된 에너지가 적을 경우 에너지를 흡수하는 기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너지 흡수가 확실히 이루어지게 많은 중복시스템을 설치해야 할 것입니다. 한 시스템을 막더라도 다른 시스템은 작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테소펜진에서 희망적인 것은 신경호르몬인 도파민이 이 같은 중복시스템 중 일부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기에는 그 효과가 예상보다 신속히 나타난다는 것.

연구자들은 203명의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운동과 식이요법은 물론 다양한 양의 테소펜진을 투여한 환자, 그리고 운동과 식이 요법만 실시한 환자를 비교해 보았다. 여기에서 운동과 식이요법은 위약(僞藥), 즉 플라시보의 역할을 한다. 6개월이 지난 후 테소펜진을 투여 받은 환자는 운동과 식이요법만 받은 환자에 비해 체중이 훨씬 많이 감량됐다.

테소펜진을 최대량으로 투여 받은 환자는 12.6%의 체중을 감량했는데, 이는 운동과 식이요법만 받은 환자의 체중 감량률 2%에 비해 6배 이상 많은 것이다. 테소펜진 효과에서 운동과 식이요법의 효과를 빼더라도 10.6%의 체중 감량률이 나온다. 이는 식욕억제제 시부트라민의 2배가 넘는 것이며, 마법의 약으로 알려졌던 리모나반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다.

테소펜진을 투여 받은 환자들의 평균 체중 감소량은 10.4kg 이었다. 비만협회의 전 회장 루이스 아론은 테소펜진 실험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이 결과를 매우 흥미로워했다. 시부트라민과 마찬가지로 테소펜진 역시 심박수를 분당 5~9회 가량 더 늘린다. 이는 경우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테소펜진이 시부트라민과 다른 점은 보통의 투여량을 투여 했을 때 플라시보 효과까지 포함해 평균 11.2%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이 는 반면 혈압은 상승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심장병 위험이 높았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물론 입안의 건조감, 메스꺼움, 변비, 설사,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우울증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다.

“몸이 비만해져도 뇌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비만도와는 상관없이 에너지를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뇌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키니까요. 인간의 뇌는 현대 산업사회처럼 비만이 문제되는 상황은 생각지도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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